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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FV뉴스레터 vol.6] [NEWS] “2016 올해의 독립영화/독립영화인/독립영화 비평”
뉴스레터 자료실 / 2017.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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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FV뉴스레터 vol.6] [INTERVIEW] (1) “영화하는 사람, 아주 특별한 사람” - 배우 정하담(극실험분과)
뉴스레터 자료실 / 2017.01.25

 

인터뷰이정하담 (한국독립영화협회 극실험분과)

인터뷰어차한비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원)

 

일시2017117() 오후 5

장소카페 크림

 

2017년 첫 뉴스레터 인터뷰의 주인공은 배우 정하담이다. 2015년 영화 <들꽃>(감독 박석영)으로 데뷔하여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3년차 배우이자, 한국독립영화협회 극·실험분과의 회원이기도 하다. 정하담을 처음 만난 것은 2015년 겨울, 41회 서울독립영화제였다. 그해 정하담의 주연작인 <스틸 플라워>(감독 박석영)는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수상했고, 정하담은 독립스타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처음으로 함께 한 술자리에서 내가 호칭을 고민하며 우물쭈물 할 때, 정하담은 망설임 없이 나를 한비 씨하고 불렀다. 그 목소리가 유난히 명쾌하게 들렸다. 그리고 얼마 후 정하담은 한독협에 회원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

 

우리는 꽤 친하다. 정확히는 서로에 대한 호감을 확인한 사이라고 할까. 만남의 횟수가 더해지면서 어떤 행사장이나 공식적인 모임에서 뿐만 아니라, 이유 없이 보고 싶을 때 연락해서 가끔 약속을 잡기도 한다. 그런 날 중 하나였다. 정하담이 불쑥 말했다. 잠이 안 오는 밤에 혼자 누워 있으면, 전에 읽거나 연기했던 대본의 힘들었던 대사들이 떠올라요.” 부끄럽지만 고백해야겠다. 나는 그때부터 비로소 배우라는 직업을 직업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배우를 아주 특이한 별종처럼,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미지의 무엇처럼 생각하며 모르는 영역으로 치부해버리고는 했다. 그런 종류의 막연한 신비감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 테지만, 나로서는 배우와 연기, 나아가 영화를 새로운 각도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 하담 씨에게 고마웠다.

 

정하담과 2017년의 시작을 함께 하고 싶었다. 연말 시상식 신인여우상 후보석에 눈부신 모습으로 앉아 있는 그녀를 텔레비전으로 바라보며, 2016년이 다 끝나면 조용한 곳에 마주 앉아서 지나간 한 해를 떠나보내고 다가올 한 해를 맞이하는 각자의 생각과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인터뷰를 요청하는 문자를 전송하고 기다렸다. 하담 씨에게 답장이 왔다. “좋아요, 좋아요!”

 

 

[배우 정하담의 2016] 

 

 


 

 

한비 : 오랜만이에요. 살짝 어색하지만(웃음) 먼저 소개 부탁드립니다.

 

하담 : , 저는 정하담입니다. 배우이고 올해로 24살이 되었어요. 영화를 한지 이제 3년차에 접어든 사람, 배우예요. 그리고 한독협 회원입니다(웃음).

 

한비 : 회원 가입이 언제쯤이었죠. 작년 이맘때 같은데요.

 

하담 : 20161월이었을 거예요. 2015년 겨울에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스틸 플라워>를 상영하고 나서, 네이버 인디극장 소개 영상을 찍었거든요. 그때 한독협 사무실로 가서 영상 촬영을 하고 가입신청서를 썼어요.

 

한비 : 맞다, 그 날 기억나요. 사무실에서 바로 신청서 출력해서 주고받고 했지요(웃음). 벌써 1년이 지났네요. 작년에 누구 못지않게 바쁜 한 해를 보냈으리라 짐작 돼요. <스틸 플라워>를 개봉하고 나서 박석영 감독님과 꽃 3부작의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재꽃>을 촬영했고, <재꽃>은 서울독립영화제2016의 개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했고요. 뿐만 아니라 <아가씨>(감독 박찬욱), <밀정>(감독 김지운), <그물>(감독 김기덕) 등에 출연했고, <플라이>(감독 임연정), <인민정무문>(감독 안동기) 등의 단편 작업도 꾸준히 하면서 여러 영화제에 참여했어요. 열심히 달려왔는데 2016년을 마무리 하면서 하담 씨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스스로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을지 궁금해요.

 

하담 : 2016년은 저한테 가장 특별한 해 중 하나였어요.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도 많았고, 기존에 알던 사람들과는 더 친해지고 가까워지면서 영화하는 사람들이랑 많이 만났던 한 해였어요. <스틸 플라워>를 통해 정성일 평론가님, 김홍준 감독님, 이광국 감독님, 이해영 감독님 등 여러 분들이 GV를 진행해주셨거든요. 영화하는 사람들을 풍성하게 만났고, 그러면서 조금씩 익숙해진 것이 2015년과 가장 크게 달랐던 점 같아요. 한독협 분들하고도 자주 만나고요(웃음). 2015년에는 사실 낯설고 부끄럽기도 했는데, 2016년을 마치면서는 어떤 종류의 자각이 생겨났어요. 저 자신이 직업인이라는, 영화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나갔고, 그래서 더 뜻 깊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2017년이 될 때 제 자신한테는 그런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더 잘 알아야겠다.” 영화나 연기에 대해 어설프게 알고 있는 것들을 조금 더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배우라는 직업인으로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좀 더 정확하고 구체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문적으로 공부를 해야 할 필요성도 느꼈고요. 2016년이 끝나면서 사실 제일 많이 들었던 생각은 그거였어요. 나는 직업인이니까 어설플 수는 없다, 프로페셔널 해져야 한다. 사실 <스틸 플라워>를 개봉하고 2016년 초반까지만 해도 일하면서 만나게 된 분들이 뭐랄까요, 저를 아이 대하듯 보시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나쁜 의미에서가 아니라 편하게 해주신 거였고 어떤 의미에서는 저 또한 부담이 적어서 좋았고요. 그런데 2017년이 되면서는 스스로 좀 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느낌이에요. 이제 아무도 저를 그렇게 아이처럼 대해주지도 않고요(웃음).

 

한비 : 아앗! 동감해요.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잘 몰라요” 저는 이런 말을 했을 때, 그게 제 귀에도 뭔가 변명처럼 들리는 거예요(웃음). 괜히 창피하기도 하고. 주변 분들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비야, 너 이제 2년차야. 새내기인 척 하지 마.” 하시기도 하고요.

 

하담 : 맞아, 바로 그거예요. 여전히 신인은 신인인데 마냥 어설플 수가 없는 거죠, 더 이상은. 그래서 2016년이 끝날 때 스스로에게 나는 이제 어른이고, 한 사람의 직업인이고, 잘 알아야 된다.”는 얘기를 했어요. 기분이 좀 이상했죠. , 일단 그런 각오는 있지만 잘 될지는 모르겠고, 노력해봐야죠(웃음)

 


 

한비 : 잘해봅시다(웃음). 연말 이야기를 좀 더 해보면, 개인적으로 시상식에서 하담 씨 볼 때 무척 반가웠어요. 36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했고, 37회 청룡영화제에서도 신인여우상에 노미네이트되었죠. 텔레비전 화면과 인터넷 기사들 보면서 괜히 제가 들뜨더라고요. 당시에는 어떤 기분이었는지, 지금은 또 어떤지 궁금해요.

 

하담 :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같은 경우에는 수상자가 미리 기사로 발표 되잖아요. 수상 사실을 알고 시상식에 참석했는데도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까 눈물이 나더라고요. 제 인생에서 <스틸 플라워>라는 작품을 만난 건 정말 커다란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니까 이게 시작이 아니라 절정이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한 느낌도 있었어요. 전부 제 노력의 결과라기보다는 <스틸 플라워> 자체가 정말 좋은 작품이었으니까요.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을까 싶은 거예요. 그래도 점점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좋아졌어요. 우선 신인상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로 기뻤고요. 지금이 절정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부담도 조금씩 사라지더라고요. 막상 신인상을 받았을 때는 지금이 인생의 제일 큰 전성기일지도 몰라하면서, 그냥 뭔가 제가 받을 수 있는 선물이나 축복을 다 받아버린 느낌이었거든요. 영화를 찍고 개봉하는 것만으로도 저한테는 너무 기쁘고 충분한 일이었는데, 그 이후에도 계속 좋은 일이 이어졌으니까요. 지금은 계속 연기하면서 그때보다 훨씬 차분해진 것 같아요.

 

한비 : 마음을 가라앉히고 편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특별히 있나요?

 

하담 : , 예컨대 나중에 좋은 작품을 만나서 여우주연상을 받는다고 하면, 물론 정말 행운 같은 일이고 인생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겠지만, 그건 지금 당장이 아니라 10년이 걸려도 되고 20년이 걸려도 되는 일이잖아요. 비단 상을 중심에 둔다기보다는, 시간이 한참 많은데 앞으로 내가 정말 더는 못 할까, 이걸로 끝은 아닐 거야,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한비 : 그랬구나. 하담 씨가 느꼈던 부담과 불안을 제가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 무게만큼 신인상이 주는 행복함과 힘도 크리라 생각해요.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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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FV뉴스레터 vol.6] [INTERVIEW] (2) “영화하는 사람, 아주 특별한 사람” - 배우 정하담(극실험분과)
뉴스레터 자료실 / 2017.01.25

 * 인터뷰 (1)에서 이어지는 (2)편입니다 : )  

 


 

[들꽃, 스틸 플라워, 재꽃, 그리고 하담’]

 

한비 : 그럼, 이번에는 영화제 얘기를 해볼까요. 지난 연말에는 시상식뿐만 아니라 서울독립영화제2016에서도 <재꽃>으로 만났지요. <들꽃><스틸 플라워>를 함께 한 박석영 감독님과의 꽃 3부작이 종결된 셈인데요, 저는 세 편의 영화를 보고 또 GV를 통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독과 배우가 굉장히 새로운 방식으로 협업하여 만든 영화들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 <재꽃>의 작업 과정에 대해, 그리고 3부작을 마무리한 시점에서의 소회도 듣고 싶어요.

 

하담 : <재꽃>은 전작인 <스틸 플라워>의 연작인데요. <스틸 플라워> GV를 할 때 감독님이 영화 속 하담이 촛불을 부는 장면을 말씀하시면서, 그 장면이 하담이 꼭 자기의 어린 날을 생각하는 느낌이었다고 하셨어요. <스틸 플라워> 촬영 당시에는 그렇게 정해놓고 찍은 건 아닌데, 이후 영화가 상영되고 재차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셨다고요. 그래서 이 다음 작품은 하담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고, 거기에 하담이 같이 있는 형태라고 하셨어요. 예컨대 어렸을 때 어떤 끔찍한 일에서 자기 자신을 지켜줄 수 없었던 순간으로 내가 들어간다면, 그때 내 옆에 내가 있었다면, 이라는 말을 하셨었어요. <재꽃> 대본 주시면서 여기서 너는 과거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고 하셨고요. 그런데 저는 너무 어려운 거예요. 자기 기억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무얼 의미하는 거지? 어떤 존재감을 가져야 하지? 연기를 몽환적으로 하라는 건가그래서 그 말을 생각하지 않기로 결정했어요(웃음).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서 감독님의 어떤 연출의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연기할 때는 <스틸 플라워>에서 <재꽃>으로 이어지는 하담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재꽃>에는 작은 시골 마을과 유사 가족이 등장하잖아요. <스틸 플라워>하담은 신분증도 없고 보호자도 없고, 사회로부터 격리될 거라는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었던 반면에, <재꽃>에서는 마을에 들어가서 어떻게 보면 좋은 어른을 만나고 돈을 벌어서 통장에 조금씩 저축도 하고요. 그러니까 이 친구는 어느 정도의 사회성을 갖추는 것이 맞을까를 고민했어요. 갑자기 훌쩍 어른이 다 돼서 하하. 괜찮아요.” 라며 너스레를 떨 수는 없잖아요(웃음). 하지만 어떤 종류의 어른스러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았어요 <스틸 플라워>하담또한 사회성은 미숙하지만 내공이랄까요, 엄청 험난한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지켜내야 하기 때문에 성인 같은 부분이 있는데, <재꽃>에서도 역시 뭔가에 통달한 그런 단단함과 어른스러움이 있다고 이해했어요.

 

한비 : 그래서 저는 <재꽃>을 보면서 낯선 느낌도 받았어요. ‘하담이라는 인물로 비추어 보았을 때, 영화 속 시간은 <스틸 플라워>의 다음이긴 한 것 같은데 또 바로 이어지지는 않고, ‘하담역시 <스틸 플라워>하담과 정확히 동일한 인물은 아닌 것도 같아서요. 보호해주는 이가 아무도 없이 홀로 걷고 걸었던 하담이 이제는 헐겁게나마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서 무려 누군가를 보호해주는 입장이 된 거잖아요.

 

하담 : 저도 낯선 순간이 있었어요. 촬영이 다 끝나고 나니까 사실 또 많은 부분을 잊어버렸는데, 인터뷰 준비하면서 다시 복기를 해봤거든요. 내가 잘한 건지, 맞게 하고 있는 건지, ‘하담은 어디쯤 있는지 저도 왔다 갔다 하면서 이어갔더라고요. 그러니까 박석영 감독님과는 세 작품을 같이 했지만 매 작품마다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또 감독님이 쉽게 영화를 찍으시는 분도 아니고요. 물론 많이 봤으니까 감독님에게는 저에 대한 이해나 포용력이 있으시죠. 그렇다고 해서 서로가 쉽지는 않아요. 늘 힘들어요. 하지만 어떤 신뢰는 분명히 있어요. 감독님이 괜찮다고 하니까 괜찮은 거겠지, 라는. 여전히 불안하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감독님이 말씀해주실 때 좀 더 믿어지고 안심이 되더라고요.

 

아무튼 마무리한 시점에서의 소회는 우와! 열심히 영화를 세 편이나 했다!” 그런 느낌이에요(웃음). 너무 힘들기도 했지만, 아무리 힘들었다고 해도 사실 촬영 기간은 몇 달이잖아요. 보통 때는 흘러가는 대로 시간을 지나쳐 보내는 느낌인데, 영화를 마무리 하니까 뭔가 열심히 살아낸 것 같아서 좋아요.

 

 

 

[시간을 견디는 배우의 프라이드]

 

한비 : 좋은 느낌이다. 꼬박 채워서 살아내는 기분! 이어지는 질문인데요, 그럼 하담 씨는 왜 연기를 하고 있고, 또 영화 하면서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하담 : 처음에는 그냥 좋아서 시작했어요. 연기를 하면 저랑 잘 맞을 것 같았어요. 되게 재밌고 신나고 유쾌하게 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막상 시작하고 나니 상상했던 것보다 우울하고 안으로 파고들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작업이더라고요. 하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처음의 제 생각, 막연히 이게 나랑 잘 맞을 거야, 이 일을 하면 내가 좋아할 거야, 라는 판단이 맞았던 것 같아요. 사실 <들꽃>을 마치고 나서는 안 맞는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는데, 작품을 계속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와 일에 대한 관심이 계속 생기잖아요. 연기가 뭘까,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더 할 수 있을까, 그런 의문들도 생기고요. 저는 그런 생각과 행위가, 그러니까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일 같아요. 마치 책을 읽는다거나 글을 쓴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 행위를 개인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제 느낌에 연기는 저라는 배우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일 같아요. 연기를 하면 애초에 제가 계획했던 방향보다 훨씬 더 깊게 몰입하고 더 많이 알 수 있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나와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이 풍성하게 꽉 차는 느낌. 그럴 때는 다 알 수 있어요. 같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알 수 있어요. 저도 알 수 있어요, 지금이 그런 순간이라는 것을. 드물고 어렵지만 되게 중요하고 기분 좋은 순간 같아요. 모두가 알 수 있는 꽉 찬 느낌.

 

한비 : 그럼 하담 씨는 앞으로 어떤 영화를 찍고 싶어요? 해보고 싶은 역할을 말해주어도 좋고, 영화 자체에 대한 상상이어도 좋아요.

 

하담 : 하고 싶은 연기는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어려워요. 신나고 즐겁고 밝은 역할도 해보고 싶고, 반면에 무게 있고 정서로 꽉 찬 영화를 하고 싶을 때도 있고요. 어찌 됐든 제가 맡은 역할이나 그 영화가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에게 기억되면 좋겠어요.

 

한비 : 작년 한 해 독립영화뿐만 아니라 대규모의 상업영화에도 출연했잖아요. 러닝타임 상으로는 등장한 시간이 짧았지만 많은 관객과 평론가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요. 사실상 배우에게는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의 경계가 매우 중요한 지점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환경의 차이는 있어도, 연기하는 순간 현장에 배우로 서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고민되는 지점이 있다면 말해줄 수 있나요. 연기자로서 하담 씨가 갖고 있는 요즘의 고민을 듣고 싶어요.

 

하담 : 앞선 대답과 이어지는데요, 사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차이라기보다는 어떤 영화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편안하고 가벼운 역할 또는 극의 흐름상 정보 전달을 위해 잠깐 등장하는 역할을 맡게 되기도 하잖아요. 저는 그 연기도 매력적으로 해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가 요즘의 고민이에요. 다소 편안한 상태라든가 정서를 가득 담지 않아도 되는 연기일 때도 잘 해내고 싶어요. 그런 역할을 많이 해보지는 못했거든요.

 

한편으로는 연기를 하기 위해서 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어떻게 훈련을 해나가야 하는지도 고민이에요. 훈련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연기 트레이닝만이 아니라, 작품과 작품 사이에 시간이 있잖아요. 공백기가 생기기도 하고요. 이 시간을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기다리고 준비하며 불안을 견뎌내는 배우들에게는 프라이드가 있는 것 같아요. 배우마다 견디는 방법은 다르겠지만, 어쨌든 견딜 수 있는 힘은 이 일에 대한 애정과 프라이드로부터 나오는 것 같아요.

 

한비 : 예전에 다른 배우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말을 들었어요. 배우로서 불안에 예민해지기 보다는 당연히 불안하지, 내 직업이 배우인데.’ 하며 조금은 담대하게 즐기는 마음을 먹어야 한다고요. 저에게 배우란 불안과 불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하지만 그런 불안 때문에 난처하거나 우울해질 때도 있을 것 같아요.

 

하담 : 우울할 때도 있어요. 근데 내가 가끔 우울한 건, 일이 있고 없음과 큰 상관은 없다는 생각이 최근에 들었어요. 작품의 유무가 우울을 결정한다기보다는, 어쩌면 나의 우울 주기 때문에 마음 상태가 왔다 갔다 하는 건 아닌가 하고요. 그래서인가 요즘에는 전보다 덜 불안해요. 아직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니까.

 

한비 : 그렇네요. 뭔가 엄청나게 심각한 일이 일어나서가 아니라, 하담 씨 말처럼 우울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방문자 같은 건지도 모르겠어요(웃음). 그리고 정말 시간은 아직 많죠!

 

 * 인터뷰 (3)으로 이어집니다.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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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FV뉴스레터 vol.6] [INTERVIEW] (3) “영화하는 사람, 아주 특별한 사람” - 배우 정하담(극실험분과)
뉴스레터 자료실 / 2017.01.25

 

* 인터뷰 (2)에서 이어지는 (3)편입니다 : )  


 


 

 

하담 : , 그리고 볼 영화도 너무 많아요!

 

한비 : 최근에 본 영화 하나만 얘기해줘요.

 

하담 : 며칠 전에 <너의 이름은> 봤어요. 쑥스러운데 되게 울면서 봤어요. 내 이야기로 상상이 되더라고요. 아주 재미있는 꿈을 꿔도, 깨고 나면 기억에서 사라지잖아요. 어쩌면 나도 저렇게 중요한 일을 꿈속에서 알게 되었는데, 정말 많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는 꿈이었는데 기억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세월호가 생각났고 그래서 더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에 많이 울었어요. 사실 저는 고등학생의 청춘 멜로라든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도 많이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너의 이름은>도 어떤 면에서는 캐릭터가 굉장히 전형적이고요. 하지만 저는, 물론 그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고 감동했다는 것에 동감했어요. 나도 모르게 아주 중요한 일을 잊어버릴 수 있겠구나, 내가 기다려왔던 사람을 놓칠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니까 눈물이 많이 났어요.

 

 

[한독협이라는 친구]

 

한비 : 쑥스러운 얘기를 한 김에 마지막으로 저도 멋쩍은 질문 하나 할게요. 배우가 한독협 회원으로 가입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어떤 마음으로 가입했는지 줄곧 궁금했어요. 계기가 된 일이 있었나요? 하담 씨는 한독협과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도 궁금해요.

 

하담 : 거창한 계기는 아니었고, 그 당시의 어떤 시기와 관계가 잘 맞았어요. 단순하게 말하면 지연 씨(*여기서의 지연 씨는 한독협 이지연 사무국장이다. 하담 씨는 지연 씨에게도 처음부터 스스럼없이 지연 씨! 라고 불렀다.)가 좋고 사랑스러워서요.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한독협 사람들을 처음 봤고, 이후에 독립영화 쇼케이스에 <스틸 플라워>를 상영하면서 또 만났잖아요, 술도 마시고 얘기하고 노래방도 같이 가고같이 있으면 편안하고 재밌었어요. 그리고 지연 씨가 노래를 너무 잘해서 반했어요(웃음). 한독협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싶은데, 사실 친구가 되려면 별 이유 없이 대여섯 번은 봐야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진짜 아무 이유도 용건도 없이 한독협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는 없고(웃음).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에 느낌이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친구가 되고 싶어서 가입했어요. 그래서 가끔 부끄럽기도 해요.

 

한비 : 왜요. 우린 너무 좋은데(웃음)!

 

하담 : 아니, 사실 한독협이 정말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웃음) 나는 너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은 거예요. 물론 일도 존중하고 응원하고, 또 만나면 영화 얘기도 할 수 있으니까 되게 좋아요. 예를 들어 제 다른 친구들은 독립영화를 많이 보지 않으니까 잘 모르는데, 한독협 사람들과는 영화 얘기도 맘껏 할 수 있어서 만나면 충족감이 들어요. 한편으로는 감독이나 배우들을 만나는 것과는 또 다르게 아무래도 부담이 덜 해서 편안하고요.

 

처음에는 내가 가입을 해도 되나,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사실 제가 배우로서 작업을 꾸준하게 이어가지 못할 수도 있고, 사람들이 영화에 대해 말하다보면 그 영화는 배우가 별로야.” 라고 평하기도 하잖아요. 지금은 <스틸 플라워>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저 역시 어느 순간 안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고요. 그런 상황에 닥치면 어쩌나 무섭기도 했어요. 나에 대한 애정과 우정 말고 다른 무엇이 생길까봐서요. 아무리 친구여도 영화가 별로고 연기가 별로고 그러면 그 사람이 싫어질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뭐 지금은 워낙 친해져서 내가 뭘 해도 그냥 우리는 친구로 지내겠거니 하는 생각이 있어요. , 정리가 되나요(웃음)?

 

한비 : 당연히 그럴 거예요. 하담 씨는 잘 할 거고 우리도 잘 할 거고, 또 못하면 못하는 대로 사이좋게(웃음). 정리도 잘 할게요.

 

 

카페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정하담이 추천하는 맛집으로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만두와 짜장면, 짬뽕, 그리고 맥주 한 병을 시켜 놓고 또 한 시간 가까이 수다를 떨었다. 이 동네의 또 다른 맛집에 대해서, 이번 주말 계획에 대해서, 각자의 가족들에 대해서 말하며 배부르게 먹고 마셨다. 그리고는 적당한 시간에 아쉽지 않게 헤어졌다. 밖은 금세 캄캄해지고 바람이 차가웠지만, 뜨끈한 음식들로 한껏 배를 채워선지 방금 전까지 마주 앉았던 이의 깊고 단단한 기운 덕분인지 헤어지는 길이 아주 춥지는 않았다. 우리는 손을 흔들며 곧 다시 만나자고 인사했다.

 

그렇게 정하담은 내게 정말 특별한 배우가 되었다. 그녀는 배우라는 창작자이고, 예술가이자 직업인이고, 끊임없이 배우려 하는 학생이고, 독립영화인으로서 나의 느슨한 동료이자 오늘 저녁에 혹시 뭐해요?”라고 물을 수 있는 친구이기도 하다. 정하담은 그 모든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이상일 것이기 때문에, 정하담이라는 사람을 단순히 스크린 안의 배우 정하담과 스크린 밖의 친구 정하담으로 자르듯이 나누어 생각하기는 어렵다. 누군가 나에게 그녀에 대해서 물으면 아주 특별한 사람이야.” 라고 답할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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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FV뉴스레터 vol.6] [LETTER] “어쨌거나, 해피 해피 뉴 이어” - 사무국원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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